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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30m 뒤집힌 배에서 60시간 버틴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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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24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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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시신 수습하러 내려간 잠수부, 시신인 줄 알았던 손이 그 손을 잡았음. 수심 30m 뒤집힌 배 안에서 60시간 버틴 요리사
2013년 5월 28일, 나이지리아 앞바다.
바다 위 작업선 모니터에는 잠수부 헬멧에 달린 카메라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음. 수심 30m 바닥에 거꾸로 뒤집혀 가라앉은 배 안쪽.
이틀 전 이 배가 뒤집혔고, 선원들이 안에 갇혔음. 잠수부들은 시신을 수습하러 내려간 거였음. 이미 4명을 찾아 올렸고, 가족들에게는 생존자가 없다는 통보가 간 상태였음.
그때 화면 구석, 어두운 물속에서 손 하나가 비침.
잠수부가 시신을 꺼내려고 그 손을 잡았음.
그런데 그 손이 잠수부의 손을 맞잡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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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2/10

이틀 전으로 돌아감.
2013년 5월 26일 새벽, 해 뜨기 전. 예인선 '재스콘-4'호는 나이지리아 해안에서 30km쯤 떨어진 바다에 있었음. 석유 시추 시설 옆에서 유조선을 붙잡아 안정시키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음.
그날 바다는 거칠었음.
배의 요리사 해리슨 오케네, 29살. 그는 그 시각 화장실에 있었음. 속옷 차림이었음.
그때 배가 크게 기울었음. 그리고 그대로 뒤집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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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3/10

오케네는 좁은 화장실 안에서 벽에 이리저리 부딪혔음. 불은 다 꺼졌고 사방이 깜깜했음.
그는 손으로 벽을 더듬어 화장실을 빠져나왔음. 문을 하나씩 열어 받쳐두면서 출구 쪽으로 나아갔음.
비상 해치 쪽으로 가던 그때,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옴. 앞에 있던 동료 3명이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음.
오케네는 물살에 떠밀려 다른 방으로 쓸려 들어갔음.
그리고 배가 바닥에 닿았음. 수심 약 30m. 아파트 10층 높이만큼 깊은 바다 밑에, 배가 거꾸로 누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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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4/10

배가 뒤집히면서 안에 있던 공기 일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혔음. 컵을 거꾸로 물에 넣으면 안에 공기가 남는 것처럼.
오케네가 도착한 방이 그런 곳이었음. 물 위로 공기가 남은 공간. 높이는 약 1.2m.
그는 주변을 더듬다가 구명조끼 하나를 찾았음. 거기 손전등 두 개가 달려 있었음. 공구도 몇 개 찾아서 속옷에 쑤셔 넣었음.
먹을 거라고는 콜라 한 병이 전부였음.
수심 30m, 거꾸로 뒤집힌 배, 깜깜한 어둠, 속옷 한 장. 그게 그가 가진 전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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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5/10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조금씩 차올랐음. 공기 공간이 점점 줄어들었음.
오케네는 벽에 붙은 선반을 받침대처럼 만들고, 그 위에 매트리스 두 장을 쌓아 올라갔음. 조금이라도 물 위에 있으려고.
바닷물은 차가웠고, 그는 속옷만 입고 있었음. 짠물에 몸 곳곳의 피부가 벗겨졌고, 혀 껍질까지 벗겨졌다고 함.
"너무 배고팠는데, 그보다 목이 정말, 정말 말랐어요." 그가 나중에 한 말임.
그는 아내가 문자로 보내줬던 성경 구절을 어둠 속에서 되뇌었음. 결혼한 지 5년, 아직 아이는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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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6/10

어둠 속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림.
어느 순간 배 밖 물속이 소란스러워졌음. 뭔가가 몰려와서 큰 무언가를 두고 다투는 소리.
오케네는 상어나 꼬치고기 같은 물고기 떼라고 생각했음.
배 안에는 이미 숨진 동료들이 있었음. 오케네는 그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 혼자 있었음.
이게 그가 버틴 시간의 한가운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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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7/10

그러다 위쪽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음. 배 엔진 소리. 그리고 닻이 내려가는 소리.
누군가 왔다는 뜻이었음.
오케네는 벽 하나를 뜯어내 철판을 드러냈음. 그리고 망치로 그 철판을 있는 힘껏 두드렸음. 여기 사람이 있다고.
근데 위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음.
배 소리는 멀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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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8/10

5월 28일. 다시 소리가 들렸음. 이번엔 잠수부들이었음.
오케네는 다시 선체를 두드렸음. 정수기 물통까지 찾아서 두드리며 소리를 냈음.
잠수부들은 시신을 수습하며 배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음. 그리고 맨 처음 장면이 됨. 모니터에 비친 손. 잠수부가 뻗은 손을 맞잡은 손.
가족들이 생존자가 없다고 통보받은 바로 그 사람이, 살아 있었음.
배가 뒤집힌 지 60시간이 넘은 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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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9/10

근데 바로 물 위로 올라갈 수는 없었음.
오케네는 60시간 넘게 높은 수압 속 공기를 마시고 있었음. 이 상태로 갑자기 올라오면 몸속에 녹아 있던 기체가 거품이 되면서 목숨을 잃을 수 있음. 잠수병임.
잠수부들은 그에게 산소마스크와 잠수복, 헬멧을 씌우고 잠수 벨에 태웠음. 그리고 감압실로 옮겼음.
그는 그 안에서 또 60시간 정도를 보내며 천천히 몸을 원래 압력으로 되돌렸음. 바로 올라왔다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라고 함.
올라가기 전, 오케네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음. 구조대원이 그에게 말함. "당신은 생존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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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10/10

그날 재스콘-4호의 선원 12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오케네 한 명이었음. 11명이 숨졌고, 그중 1명은 끝내 찾지 못했음.
오케네는 한동안 사고의 기억에 시달렸음.
근데 그는 그 기억을 이겨냈음. 그리고 직업을 바꿨음. 잠수부가 됨. 국제 기준의 상업 잠수 자격증까지 땄고, 자신을 구조했던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고 직접 말했음.
자기를 가뒀던 바다로, 이번엔 사람을 구하러 들어가는 쪽이 된 거임.
살아남는 건 운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음. 끝까지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고, 끝까지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임.
공감하셨다면 좋아요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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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개

gomgo_on · 10월 11일 #1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다니 대단한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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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uryccumyoon · 10월 11일 #2

천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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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_my_dy · 10월 11일 #3

잠수부들은 진짜 대단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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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ssam · 10월 11일 #4

와, 감동실화다. 트라우마가 있을텐데 잠수부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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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1일 #5

극복형 캐릭터죠. 감동적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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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onurse99 · 10월 11일 #6

아 세월호생각이 스쳐갑니다. 살아나신분은 하나님이 살려주신것 같고 그런 기적이 일어나고 극복한것도 참 대단해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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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junm · 10월 11일 #7

대단한 천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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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o550825 · 10월 11일 #8

건강하게 오래오래 잠수부일로 좋은일 많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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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h7292 · 10월 11일 #9

너무 멋있고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지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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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_jun_yun · 10월 11일 #10

천직이란 이런것인가… 엄청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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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a07310829 · 10월 11일 #11

오 재밋는이야기 해주는 스친인가보다 팔로우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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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ww_09 · 10월 11일 #12

아 나는 그냥 읽기만 했는데도 숨막히고 공황옴ㅠㅠ 진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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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oo_diary · 10월 12일 #13

엄청난 멘탈이다. 저 물안에 갇혀서 물을 안마시는 것도 대단하고, 나중에 잠수부가 된 것도 대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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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_life · 10월 12일 #14

어떻게 또 다시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대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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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bungbung · 10월 12일 #15

이사람이 실제 이야기속 주인공인듯요..
뒷이야기는 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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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h_longing · 10월 12일 #16

이미 알던 스토리지만 다시 봐도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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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molife · 10월 12일 #17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잠수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가늠조차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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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ley_in.the.house · 10월 12일 #18

와 이런일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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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_dr.lee_ortho · 10월 12일 #19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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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_travel1 · 10월 12일 #20

와.. 신비한 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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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ae_yoo_mjy · 10월 12일 #21

잠수한 사람 기절초풍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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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9090__ · 10월 12일 #22

잠수부로 전직한건 예상을 뒤엎었고 그래서 인간은 위대한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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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ihyanggi · 10월 12일 #23

실제로 세월호 사건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발생 직후에는 이 사례를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다고 해요. 당시 기준 겨우 1년 전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결국 모두가 유가족이 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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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miyam · 10월 12일 #24

트라우마를 직업적으로 바꾼 멘탈이기에
저 지옥의 60시간을 버틸수있었을듯
나라면 에어포켓이 가득차도 기절해서 정신놔버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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