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eads archive

안티키테라 기계, 난파선에서 나온 고대 컴퓨터

원문

@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3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원문
@omyohan_cuts
정리
10개 글 · 댓글 3개
정렬
원래순
omyohan_cuts · 10월 9일

'고대에 컴퓨터가 있었다? 난파선에서 나온 안티키테라 기계의 정체'
1900년, 폭풍을 피하다 찾은 난파선
1900년, 그리스 시미섬에서 온 해면 잠수부들이 폭풍을 피해 작은 섬에 배를 댐. 크레타섬과 그리스 본토 사이에 있는 안티키테라섬임.
폭풍이 잦아들자 잠수부들은 근처 바다에 들어가 봄. 수심 45m.
바닥에 오래된 배 한 척이 가라앉아 있었음. 주변에 청동 조각상과 대리석 조각상이 흩어져 있었음.
로마 시대의 화물선이었음. 나중에 조사해 보니 기원전 70~60년쯤 가라앉은 배였음. 2천 년 넘게 바다 밑에 있었던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좋아요 41 댓글 13 리포스트 1 공유 0
omyohan_cuts · 10월 9일 2/10

1900년부터 1901년까지 그리스 해군이 나서서 유물을 건져 올렸음.
청동 조각상, 대리석 조각상, 도자기, 유리그릇, 장신구, 동전. 박물관이 환호할 만한 보물들이었음.
그 사이에 별로 볼품없는 게 하나 섞여 있었음. 신발 상자만 한 크기의 녹슨 청동 덩어리. 나무 상자 조각이 붙어 있었고, 바닷물에 삭아서 돌처럼 굳어 있었음.
아무도 크게 신경 안 씀. 조각상 옆에 그냥 놓여 있었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3/10

1902년 5월 17일, 고고학자 발레리오스 스타이스가 박물관에서 그 덩어리를 들여다보다 멈칫함.
덩어리가 갈라진 틈 사이로 바퀴 하나가 보였음.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촘촘히 박힌 바퀴.
톱니바퀴였음.
이게 왜 이상하냐면, 고대 그리스에서 이런 정밀한 톱니바퀴가 쓰였다는 기록도, 유물도 그때까지 없었기 때문임. 시계 같은 정밀 기계는 훨씬 나중, 중세 이후에나 나온다고 알려져 있었음.
그래서 처음엔 다들 의심했음. 나중에 다른 배에서 떨어진 물건이 섞인 거 아니냐고.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4/10

지금 남아 있는 건 82개의 조각임. 원래는 하나의 기계였고, 바다 밑에서 세 덩어리로 깨졌다가 더 잘게 부서진 것.
원래 크기는 대략 가로 34cm, 세로 18cm, 두께 9cm쯤의 나무 상자로 추정됨. 큰 책 한 권 정도 크기임.
그 안에 청동 톱니바퀴가 들어 있었음. 지금 눈으로 보이는 게 30개, 스캔으로 확인한 건 35개쯤임.
제일 큰 톱니바퀴는 지름 13cm쯤인데, 톱니가 223개였음.
223. 이 숫자가 나중에 이 기계의 정체를 푸는 열쇠가 됨.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5/10

이 덩어리를 제대로 파고든 사람은 영국 출신 과학사학자 데릭 드 솔라 프라이스였음.
1951년부터 이 기계에 빠졌음. 1971년에는 그리스 연구자와 함께 엑스선과 감마선으로 덩어리 속을 찍었음. 녹 속에 숨은 톱니바퀴 배치가 처음으로 드러났음.
1974년, 프라이스는 결론을 냄. 이건 해와 달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기계라는 것.
그 뒤로도 연구자들이 대를 이어 붙었음. 2002년에는 런던 과학박물관의 마이클 라이트가 실제로 돌아가는 복제품을 처음 만들어냈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6/10

2005년, 영국 카디프 대학 연구팀이 최신 엑스선 단층 촬영 장비를 그리스 박물관까지 가져감.
녹 속을 층층이 잘라 보듯 찍었더니, 겉에서는 안 보이던 글씨들이 나왔음. 기계 표면과 덮개에 새겨진 고대 그리스어였음.
일종의 사용 설명서였음. 어떤 눈금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별자리 이름, 행성 이름이 적혀 있었음.
2016년에는 그 글씨 속에서 숫자 462와 442가 발견됨. 금성과 토성의 주기를 나타내는 숫자였음. 이 기계가 행성까지 계산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7/10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감. 날짜를 맞추면 앞면 눈금판 위에서 바늘들이 움직임.
해가 하늘 어디쯤 있는지, 달이 어디쯤 있는지. 오늘 달이 보름달인지 초승달인지. 달 모양을 보여주는 작은 구슬이 반은 검고 반은 은색이라 돌면서 달의 위상을 보여줬다고 함.
뒷면에는 나선형 눈금판이 있었음. 여기서 일식과 월식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있었음.
아까 그 223개짜리 톱니가 여기서 쓰임. 일식과 월식은 223개월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됨. 그 주기를 톱니 숫자로 그대로 박아 넣은 것.
뒷면에는 올림픽 같은 큰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알려주는 눈금도 있었음. 천문학 계산기이자 달력이었던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8/10

그럼 이걸 누가 만들었나. 이건 아직 아무도 모름.
만들어진 시기부터 의견이 갈림. 기원전 205년이라는 사람, 기원전 150~100년이라는 사람, 기원전 87년쯤이라는 사람이 있음. 기계의 시작 날짜를 거꾸로 계산해서 기원전 178년 12월 23일이라고 짚은 연구도 있음.
만든 사람 후보도 여럿임. 위대한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있던 로도스섬의 공방, 아르키메데스의 학파, 코린토스의 식민지.
확실한 건 하나임. 이런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기원전 2세기쯤 지중해 어딘가에 있었다는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9/10

이 기계가 놀라운 진짜 이유는 이거임.
이 정도로 복잡한 톱니바퀴 기계가 역사에 다시 등장하는 건 14세기 유럽임. 성당이나 수도원에 설치된 천문 시계들. 안티키테라 기계에서 대략 1,400년 뒤임.
그 사이 기술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름. 이 기계 하나만 만들어졌을 리는 없는데, 다른 건 하나도 안 남았음.
학자들은 이 기계를 흔히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라고 부름. 전기는 없지만, 입력(날짜)을 넣으면 계산된 결과(해와 달의 위치, 일식)가 나오는 기계였으니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10/10

안티키테라 기계의 조각들은 지금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있음. 유리 진열장 안에, 녹색으로 삭은 청동 조각들이 나란히 놓여 있음.
2021년에는 영국 연구팀이 지금까지의 연구를 모아 기계 전체를 새로 복원한 결과를 발표했음.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
우리가 이 기계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이거임.
이 기계는 120년 넘게 박물관에 있었음. 처음엔 조각상 옆에 아무렇게나 놓인 녹슨 덩어리였음. 그 녹 속에 2천 년 전 사람들이 하늘을 계산한 방법이 통째로 들어 있었던 것.
과거가 우리보다 단순했을 거라는 생각은 대개 틀림. 지식은 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기도 함.

omyohan_cuts 이미지 1

댓글 3개

jangnancina · 10월 9일 #1

인디아나존스 시리즈의 마지막은 안티키테라와 함께

좋아요 1 원래순 1/3
vhdpsl2 · 10월 9일 #2

인디가 밝혔음
시간여행장치로

좋아요 2 원래순 2/3
myeongaehwang · 10월 10일 #3

신비로운 옛날이야기

좋아요 1 원래순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