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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삼각지대, 하루에 27명이 사라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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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1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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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폭격기 5대와 수색기까지 하루에 27명이 사라짐"
오후 2시 10분, 평범한 훈련 비행이 뜸
1945년 12월 5일,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해군 항공기지.
전쟁이 끝난 지 넉 달째였음. 그날 오후 뇌격기 다섯 대가 이륙함. 편대 이름은 19편대.
임무는 훈련이었음. 정해진 코스를 삼각형으로 돌면서 폭격 연습을 하고 돌아오는 항법 훈련. 교과서에 있는 기본 과정임.
탄 사람은 14명. 원래 15명이어야 했는데 한 명이 그날 훈련에서 빼달라고 해서 빠졌음.
출발은 예정보다 25분 늦은 오후 2시 10분. 교관이 늦게 도착했기 때문임.
날씨는 괜찮았고, 바다는 조금 거칠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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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2/10

편대를 이끈 건 찰스 테일러 중위. 비행시간이 2,500시간쯤 되는 조종사였고, 태평양에서 항공모함을 타고 실전도 치렀음.
나머지 넷은 훈련생 조종사였음. 훈련생이라고 초보는 아니었지만 테일러와는 급이 달랐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음. 테일러는 이 기지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음. 그전에는 마이애미 기지에서 교관을 했음.
마이애미에서 날면 발밑에 보이는 섬들은 플로리다키스임. 플로리다 남쪽 끝에 줄지어 있는 섬들.
이게 몇 시간 뒤에 전부를 뒤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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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3/10

오후 3시쯤, 편대는 예정대로 폭격 연습을 마침. 한 조종사가 마지막 폭탄을 떨어뜨려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교신이 남아 있음.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음.
이제 방향을 틀어 다음 구간으로 가면 됨. 그 구간은 바하마 제도 위를 지나가게 돼 있었음. 플로리다 동쪽 바다에 흩어진 섬들임.
편대는 그 위를 지나갔음. 예정대로.
그리고 그 섬들을 내려다본 테일러가 이상한 결론을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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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4/10

근처를 날던 다른 교관 로버트 콕스가 무전으로 낯선 대화를 엿들음.
훈련생 하나가 말함.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꺾은 뒤에 길을 잃은 것 같다."
콕스가 끼어들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음. 테일러가 답함.
"나침반이 둘 다 나갔다. 포트로더데일을 찾는 중이다. 육지 위에 있는데 끊어져 있다. 키스 위에 있는 게 확실하다."
키스. 플로리다키스.
테일러는 자기가 플로리다 남쪽 끝에 와 있다고 믿은 것. 실제로는 플로리다 동쪽 바하마 위였음.
우리가 보기에 여기가 이 사건의 전부임. 끊어진 섬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 마이애미에서 수없이 본 그 풍경과 닮았던 것. 익숙한 그림이 눈에 들어오자 나침반보다 자기 기억을 믿어버린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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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5/10

위치를 잘못 알면 방향도 틀림.
키스에 있다고 믿으면 집은 북동쪽임. 그래서 테일러는 편대를 북쪽과 동쪽으로 이끌었음.
근데 진짜 위치는 바하마였음. 거기서 북동쪽으로 가면 육지가 아니라 대서양 한가운데로 나감.
훈련생들은 눈치챘던 것 같음. 교신에 이런 목소리가 잡힘.
"젠장, 서쪽으로만 가면 집인데. 서쪽으로 가라고, 젠장."
누가 한 말인지는 기록에 없음.
맞는 말이었음. 서쪽으로 틀었으면 플로리다 해안이 나왔을 거임.
근데 군대였고, 지휘관은 테일러였음. 편대는 지휘관을 따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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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6/10

시간이 갈수록 나빠졌음.
날씨가 거칠어졌고 해가 졌음. 12월이라 일찍 어두워짐. 편대가 멀어질수록 기지에서는 무전이 점점 약하게 들렸음.
오후 5시 50분쯤, 지상 기지들이 무전 방향을 따서 편대 위치를 대략 잡아냄. 플로리다 동쪽 먼바다였음. 키스가 아니었던 것.
근데 그 정보가 편대에 제대로 닿지 못했음.
편대는 그 뒤로도 방향을 몇 번 바꿈.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돌았다는 기록도 있음. 테일러가 끝까지 확신을 못 한 것.
그러는 동안 연료는 계속 타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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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7/10

저녁 6시 20분쯤, 테일러의 마지막 지시가 잡힘.
"전 기체 바짝 붙어라. 육지가 안 보이면 바다에 내려야 한다. 첫 번째 비행기 연료가 10갤런 밑으로 떨어지면, 다 같이 내려간다."
10갤런이면 40리터가 안 됨. 거의 바닥임.
다 같이 내려간다는 건 흩어지지 말자는 뜻이었을 거임. 한데 모여 있어야 구조될 확률이 높으니까.
근데 그곳은 밤의 겨울 대서양이었고 파도가 높았음. 무거운 뇌격기는 거친 바다에 내리면 오래 못 뜸.
그 뒤로 19편대의 목소리는 다시 안 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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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8/10

기지는 곧바로 수색기를 띄웠음.
저녁 7시 27분, 대형 비행정 한 대가 이륙함. PBM 마리너. 승무원 13명.
3분 뒤 정기 무전 한 번을 보냄. 그게 끝이었음.
밤 9시 15분, 근처를 지나던 유조선이 하늘에서 불길을 봄. 30m 높이로 치솟아 10분쯤 탔다고 함. 배가 그 자리로 가 보니 바다에 기름이 떠 있었음.
마리너는 연료를 워낙 많이 싣는 기종이었고, 기체 안에 연료 증기가 차기 쉬웠다고 알려져 있음.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봄.
이날 하루에 비행기 6대와 27명이 사라진 것.
대규모 수색이 이어졌지만 뇌격기 다섯 대는 파편 하나 안 나옴.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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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9/10

해군 조사 결론은 처음에 분명했음. 테일러가 바하마를 플로리다키스로 착각했고, 그래서 편대를 바다 쪽으로 끌고 갔다는 것.
그런데 테일러의 어머니가 항의함. 아들한테 비행기 5대와 14명의 책임을 다 씌웠다는 것.
해군은 보고서의 결론을 고쳤음. "원인 불명."
조사 내용이 달라진 게 아니라 결론의 문구만 바뀐 거임. 근데 이 네 글자가 훗날 엉뚱한 데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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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10/10

1964년, 한 작가가 잡지에 글을 실으면서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을 처음 붙였음. 19편대가 그 대표 사례로 들어감. 1974년에는 같은 제목의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됨.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불어남. 조종사가 "바다가 이상하게 보인다", "하얀 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식. 실제 교신 기록에는 그런 말이 없음.
해군의 "원인 불명"은 "해군도 설명 못 한 미스터리"로 둔갑함.
1975년에 한 도서관 사서가 원래 기록을 하나하나 찾아 대조한 책을 냄. 결론은 단순했음. 기록을 읽으면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있었던 건 이거임. 낯선 기지, 익숙하게 생긴 섬, 자기 눈을 믿은 베테랑, 틀린 걸 알면서도 따라간 부하들, 겨울 밤바다.
외계인보다 이쪽이 더 무서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길을 잃는 건 모를 때가 아니라, 안다고 확신할 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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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balbari1234567890 · 10월 8일 #1

맨 마지막 줄 엄청 무거운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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