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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700m에서 69일, 칠레 광부 3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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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12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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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참치 한 숟가락을 72시간마다 나눠 먹으며 버틴 33명, 지하 700m의 69일
2010년 8월 22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
땅속 깊이 구멍을 뚫던 드릴이 다시 지상으로 끌려 올라왔음. 17일째였음. 지하 700m에 갇힌 광부 33명을 찾으려고 뚫은 여덟 번째 구멍이었음.
다들 기대를 접어가던 때였음. 이미 일곱 번이 빗나갔고, 갇힌 사람들에게 준비된 비상식량은 2~3일치뿐이었음.
그런데 올라온 드릴 끝에, 테이프로 감아 붙인 종이 한 장이 매달려 있었음.
빨간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음.
"우리 33명 모두 대피소에서 무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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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2/10

17일 전으로 돌아감.
2010년 8월 5일 오후 2시쯤. 칠레 북부,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사막으로 꼽히는 아타카마 사막에 산호세 광산이 있었음. 구리와 금을 캐는 곳이었음.
그날 광산 깊은 곳에서 광부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갱도가 무너졌음.
엄청난 흙먼지가 터널을 덮었고, 광부들은 최대 6시간 동안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함.
먼지가 가라앉고 보니 출구로 가는 길이 거대한 바위로 막혀 있었음. 그들은 입구에서 5km 떨어진, 지하 약 700m에 갇혀 있었음.
갇힌 사람은 33명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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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3/10

광부들은 바로 다른 출구를 찾아 나섰음.
환기용 수직 통로가 있었음. 규정대로라면 거기에 비상 사다리가 설치돼 있어야 했음. 근데 사다리가 없었음.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는 낡은 사다리를 타고 통로를 기어 올라갔음. 약 45m쯤 올라갔을 때 사다리가 끊겼고, 그 위는 바위로 막혀 있었음.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말했음. "완전한 절망의 순간이었어요."
이틀 뒤인 8월 7일, 광산이 또 한 번 무너졌음. 지상의 구조 작업도 막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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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4/10

대피소는 약 50㎡ 크기의 작은 방이었음. 긴 의자 두 개가 전부였음.
안에 있던 비상식량은 2~3일치. 33명이 먹기엔 턱없이 모자랐음.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가 사람들을 모았음. 식량을 나누는 규칙을 정했고, 중요한 건 다 함께 투표로 정했음.
참치 통조림을 한 사람당 한 숟가락씩 나눴음. 처음엔 24시간에 한 번, 그다음엔 48시간에 한 번, 나중엔 72시간에 한 번이 됨.
지하는 덥고 습했음. 기온이 32~35도까지 올라갔음. 물은 기름 냄새가 나는 물을 마셨음.
이들은 결국 2~3일치 식량으로 2주 넘게 버팀. 한 사람당 평균 8kg이 빠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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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5/10

어둠 속에서 33명은 규칙을 만들었음.
헤드램프와 차량 불빛은 아껴 썼음. 불을 켜는 건 힘을 내기 위한 특별한 일이 됐음. 시계로 잘 시간을 정했고, 매일 정오에는 다 같이 모여 기도했음.
한 시간마다 차량 경적을 울렸음. 혹시 누군가 들을까 봐.
물론 처음부터 평화로웠던 건 아님. 초반엔 주먹다짐도 있었고, 세 무리로 갈라지기도 했음.
세풀베다는 이렇게 말했음. "사회가 무너지면 우리 모두 끝이라는 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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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6/10

시간이 지날수록 버티기가 힘들어졌음.
세풀베다는 첫 주도 나빴지만, 둘째 주는 끔찍했다고 말했음. 17일째쯤엔 상황이 정말 나빠져 있었다고.
곧 아빠가 될 광부는 아기가 태어나는 걸 못 볼까 봐 두려워했음. 누군가는 아이들 학비를 걱정했음.
그 무렵 바위 너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음.
드릴 소리였음. 누군가 그들을 찾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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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7/10

지상에서는 구조대가 여러 곳에 동시에 구멍을 뚫고 있었음. 지름이 자몽만 한 가느다란 구멍. 700m 땅속에서 작은 대피소를 정확히 맞히는 건 바늘구멍 찾기 같은 일이었음.
일곱 번이 빗나갔음.
8월 22일, 17일째. 여덟 번째 드릴이 지하 688m, 대피소 바로 근처의 바위를 뚫고 나왔음.
광부들은 드릴 끝으로 달려갔음. 그리고 종이에 빨간 글씨를 적어 테이프로 단단히 감아 붙였음.
드릴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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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8/10

지상으로 올라온 쪽지를 칠레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직접 들어 올렸음.
"우리 33명 모두 대피소에서 무사함."
광산 앞에는 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기다리던 마을이 있었음. 사람들은 그곳을 '희망 캠프'라고 불렀음. 그날 그 캠프가 환호로 뒤집혔음.
구멍으로 카메라를 내려보내자 화면에 광부들이 나타났음. 피녜라는 그들이 "아이들처럼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고 말했음.
지하에서는 광부들이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칠레 국가를 불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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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9/10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음. 살아 있는 걸 알았을 뿐, 사람이 지나갈 구멍은 아직 없었음.
자몽만 한 구멍으로는 '팔로마(비둘기)'라고 부른 파란 플라스틱 통을 내려보냈음. 음식, 물, 약, 가족들이 쓴 편지까지. 한 번 내려가는 데 1시간쯤 걸렸음.
그동안 사람이 탈 수 있는 큰 구멍을 뚫는 작업이 세 군데서 동시에 진행됐음.
10월 9일, 그중 하나가 드디어 광부들에게 닿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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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2일 10/10

칠레 해군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을 받아 구조 캡슐을 만들었음. 이름은 '피닉스'. 지름 54cm,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였음.
10월 13일 0시 11분, 첫 번째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음.
그 뒤로 한 명씩, 한 명씩. 한 번 올라오는 데 10~20분쯤 걸렸음.
그리고 그날 밤 9시 55분, 마지막 33번째 광부가 올라왔음.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였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을 이끈 사람이 맨 마지막에 나온 거임.
피녜라 대통령이 그에게 말했음. "훌륭한 선장처럼 마지막에 나오며 임무를 다했습니다."
사고가 난 날부터 69일 만이었음. 33명 전원이 살아서 땅 위로 돌아왔음.
절망 속에서 사람을 살린 건 많은 식량이 아니었음. 참치 한 숟가락을 똑같이 나누는 규칙과, 마지막 한 명까지 남겠다는 사람이었음.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동 #공감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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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smile_infohumor · 10월 12일 #1

저게 16년전이라는게 충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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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hyungsuh · 10월 12일 #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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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inabloom · 10월 12일 #3

우와 16년전이라니..대단한 리더쉽과 규칙이 이들을 살려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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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junm · 10월 12일 #4

와~~매번 소설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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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_monmon · 10월 12일 #5

오아 매번 잘 읽고 있어요 혹시 관련 사진이나 기사도 같이 올려주시면 더 실감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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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fingerscakery · 10월 12일 #6

와....너무 좋은 이야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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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ka666 · 10월 12일 #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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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__ce__an · 10월 12일 #8

진짜 기적같은 이야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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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younggu · 10월 12일 #9

최악의 순간에 일심 동체가 되어 험난한 지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누구 하나라도 자기 주장이나 욕심을 부렸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았겠죠
대단하신 분들 입니다.
네팔에서도 꼭 기적이 일어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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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oeun · 10월 12일 #10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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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inabloom · 10월 12일 #11

맞습니다. 정말 배워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이 보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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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_drop_coffee · 10월 12일 #12

당시 저도 (언론사에서) 뉴스그래픽으로 이 이야기를 자세히 다뤘죠. 구조캡슐까지 세밀하게 소개 했습니다. 당시 전 새계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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