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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쿠퍼, 미국 유일의 미해결 비행기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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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10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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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미국 유일의 미해결 비행기 납치범, 9년 뒤 강가 모래에서 돈다발만 나왔음"
1971년 11월 24일, 미국 추수감사절 전날.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
시애틀로 가는 노스웨스트 오리엔트 항공 305편. 비행시간 30분 남짓 되는 짧은 노선임.
한 남자가 현금으로 편도 표를 샀음. 이름은 댄 쿠퍼.
40대 중반쯤, 검은 정장에 흰 셔츠, 얇은 검은 넥타이, 검은 레인코트. 손에는 검은 서류 가방 하나.
자리는 맨 뒷줄 18E. 이륙 전에 버번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시켜 마심.
어디에나 있을 법한 출장 가는 회사원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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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2/10

오후 2시 50분, 비행기가 포틀랜드를 떠남.
이륙 직후 그 남자가 승무원 플로렌스 샤프너에게 쪽지를 건넴.
샤프너는 손님이 전화번호를 준 줄 알았음. 승무원한테 그런 쪽지 주는 남자 손님이 흔했던 시절임. 그래서 펴보지도 않고 가방에 넣음.
남자가 조용히 말함. "그거 읽어보는 게 좋을 거요. 폭탄이 있소."
샤프너가 쪽지를 펼쳤음. "아가씨, 내 서류 가방에 폭탄이 있소. 내 옆에 앉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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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3/10

샤프너가 옆에 앉자 남자가 서류 가방을 살짝 열어 보여줌.
빨간 원통 여덟 개가 두 줄로 있고, 큰 배터리와 전선으로 연결돼 있었음. 샤프너는 다이너마이트라고 생각했음.
남자의 요구는 이랬음.
20만 달러, 미국 지폐로. 낙하산 네 개. 시애틀에 도착하면 급유차를 대기시킬 것.
말투는 차분했고 예의 바르기까지 했다고 함. 소리 지르거나 위협하는 사람이 아니었음.
비행기에는 승객 36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음. 승객들 대부분은 비행기가 시애틀 상공을 빙빙 도는 걸 날씨 때문인 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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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4/10

항공사 사장은 요구를 다 들어주라고 했음.
준비된 돈은 20달러짜리 지폐 1만 장. 무게가 9kg쯤 됨. FBI는 돈을 넘기기 전에 지폐를 전부 사진으로 찍어둠. 일련번호를 남겨두려고.
오후 5시 46분, 비행기가 시애틀에 착륙함.
승무원 티나 머클로가 돈과 낙하산을 들고 기내로 올라감. 그러자 쿠퍼는 약속대로 승객 36명을 전부 내보냄. 승무원 두 명도 내보냄.
기내에는 쿠퍼, 머클로, 그리고 조종실의 조종사 세 명만 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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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5/10

쿠퍼가 다음 목적지를 말함. 멕시코시티. 중간에 네바다주 리노에서 기름을 넣고.
근데 비행 조건이 이상했음.
고도는 3,000m 이하로. 속도는 비행기가 안 떨어질 만큼 최대한 느리게. 바퀴는 내린 채로. 날개 플랩은 15도. 기내 기압은 맞추지 말 것.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비행기 꼬리 쪽 뒷계단을 내린 채로 날 것.
이 비행기는 보잉 727이었음. 꼬리 아래로 계단이 펼쳐지는 기종임. 비행 중에 그 계단을 열면 뒤쪽이 밖으로 뚫리게 됨.
우리가 보기에 이 요구들은 하나같이 "뛰어내리기 좋은 조건"이었음. 쿠퍼는 이 비행기를 잘 알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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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6/10

저녁 7시 40분쯤 비행기가 다시 이륙함.
이륙하고 몇 분 뒤 쿠퍼가 머클로에게 조종실로 가라고 함. 머클로가 그를 본 마지막 사람임. 허리에 뭔가를 묶고 있었다고 함.
8시쯤, 조종실 경고등에 뒷계단이 열렸다는 표시가 뜸.
8시 13분, 비행기 꼬리가 갑자기 툭 위로 튀어 오름. 조종사들의 귀가 먹먹해짐. 기압이 확 바뀐 거임.
그 뒤로 기내는 조용했음.
밤 11시 2분, 비행기가 리노에 착륙함. 뒷계단은 열린 채였음. 기내에는 아무도 없었음.
달 없는 밤이었고 구름이 끼었고 비가 내렸음. 밖은 영하의 바람. 쿠퍼는 정장 차림에 레인코트를 입고 그 하늘로 뛰어내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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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7/10

기내에 남은 것.
18E 좌석에 검은 넥타이와 금색 넥타이핀. 낙하산 두 개. 재떨이에 담배꽁초 여덟 개. 머리카락 한 올. 지문 66개.
남겨진 낙하산 중 하나는 줄이 잘려 있었음. 돈 가방을 묶는 데 쓴 것으로 봄.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음. 쿠퍼가 받은 예비 낙하산 중 하나는 훈련용 가짜였음. 펼쳐지지 않게 꿰매져 있었던 것.
그리고 '댄 쿠퍼'라는 이름은 당연히 가명이었음. 우리가 아는 'D.B. 쿠퍼'라는 이름은 기자가 마감에 쫓겨 잘못 쓴 게 굳어진 거임. 범인은 한 번도 그 이름을 쓴 적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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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8/10

FBI는 뛰어내린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숲을 이 잡듯 뒤졌음. 아무것도 안 나옴.
그리고 9년이 지난 1980년 2월 10일.
컬럼비아강 모래톱에서 가족과 놀던 여덟 살 소년 브라이언 잉그럼이 모래를 파다가 지폐 뭉치를 발견함. 돈다발 세 묶음. 고무줄로 묶인 그대로였음.
일련번호를 맞춰보니 쿠퍼의 몸값이었음. 5,800달러쯤이었다는 얘기가 흔한데, 기록상으로는 6,000달러로 나옴.
20만 달러 중에 나온 건 그게 전부임. 나머지 19만 4천 달러는 지금까지 한 장도 시중에 안 나왔음.
근데 그 돈이 어떻게 강가 모래에 묻혀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 못 함. 쿠퍼가 떨어진 곳에서 강물에 쓸려 왔다는 설, 누가 일부러 묻었다는 설, 다 추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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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9/10

수십 년 동안 용의자 수백 명이 조사됐음. 항공사 직원, 군 출신 낙하산병, 승무원. 그중 누구도 확정되지 않음.
2001년, FBI는 넥타이에서 DNA 일부를 뽑아냈음. 근데 누구와도 맞지 않았음.
더 흥미로운 건 넥타이에 묻어 있던 미세한 가루였음. 순수 티타늄, 비스무트, 안티몬, 세륨 같은 금속 입자들.
이런 물질은 일상에서 묻을 일이 거의 없음. 항공기나 화학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한 사람일 가능성을 가리킴. 당시 시애틀에는 보잉 공장이 있었음.
비행기를 잘 알았던 사람, 넥타이에 항공 소재 가루가 묻은 사람. 범인의 윤곽은 점점 좁혀지는데, 이름은 끝까지 안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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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8일 10/10

이 사건 이후 1972년 한 해에만 비슷한 낙하산 납치가 다섯 번 더 일어남. 모방범들이었음. 미국 공항 보안이 크게 강화된 계기가 됨.
2016년 7월, FBI는 45년 만에 이 사건의 적극 수사를 중단했음. 미국에서 기록된 비행기 납치 사건 중 유일하게 안 풀린 사건으로 남았음.
쿠퍼는 살았을까. FBI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음. 살아서 돈을 숨기고 잘 살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날 밤 숲이나 강에 떨어져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음.
우리가 이 사건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이거임. 사람들은 쿠퍼가 성공했기를 바람. 아무도 안 다쳤고, 돈은 항공사 돈이었고, 범인은 예의 발랐으니까.
근데 기록만 놓고 보면 그림이 다름. 정장에 레인코트, 비 오는 영하의 밤, 시속 300km로 나는 비행기, 아래는 캄캄한 숲. 그리고 9년 뒤 강가에서 나온 돈다발.
전설은 성공한 사람을 기억하고 싶어 함. 근데 끝내 아무도 그 사람을 못 봤다는 건, 그 반대일 가능성도 똑같이 크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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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alibicut · 10월 8일 #1

돈다발은 나왔는데 사람은 끝내 못 찾았다는 것, 이 사건을 50년 넘게 붙잡아 두는 고리가 바로 그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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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_is_better_than_three · 10월 8일 #2

역시나 이번편도 재밌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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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mio_2021_ · 10월 8일 #3

뛰어 내리지 않고
비행기내에 돈과 함께
숨어 있다가 빠져 나갔다는
가설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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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juliet.hotel · 10월 8일 #4

시애틀 보잉 항공박물관에 가면 보잉 727 항공기 뒤에 DB Cooper가 서있지ㅎㅎ 지난달에 다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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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juliet.hotel · 10월 8일 #5

그리고 저거 사실 로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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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na2026 · 10월 9일 #6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디비쿠퍼 사건 ㅎ 근데 나중에 죽은남자중 한명이 자기가 사실은 쿠퍼라고 말한 사람 있었단 얘기도 있더라구요~ 참 흥미로운 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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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park0204 · 10월 9일 #7

D.B 쿠퍼. 프리즌브레이크에 나온 웨스트모어랜드의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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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like19 · 10월 9일 #8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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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baegampeng · 10월 9일 #9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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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fioribrera · 10월 9일 #10

저거 로키잖어. 토르랑 내기에서 져서 그랬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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