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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카타우, 섬 하나가 터진 뒤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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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3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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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달이 파랗게 뜨고 지구 온도가 내려감. 섬 하나가 터진 뒤 벌어진 일"
4,800km 떨어진 섬에서 대포 소리가 들림
1883년 8월 27일, 인도양의 작은 섬 로드리게스. 아프리카 동쪽 모리셔스 근처에 있는 섬임.
섬사람들이 멀리서 쿵, 쿵 하는 소리를 들음. 근처 바다에서 배가 대포를 쏘는 줄 알았음.
근처에 그런 배는 없었음.
소리는 4,800km 밖에서 온 거였음. 서울에서 인도 뉴델리까지 직선거리가 그쯤 됨.
같은 날 호주 퍼스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림. 거기는 3,110km 밖이었음.
두 곳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몰랐음. 그 시각 인도네시아에서 섬 하나가 터지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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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2/10

석 달 전부터 신호는 있었음
터진 곳은 크라카타우.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 순다 해협에 떠 있던 화산섬임. 당시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였음.
갑자기 터진 게 아니었음. 그해 5월 20일부터 화산이 연기와 재를 뿜기 시작함.
석 달 동안 계속됨. 근데 큰 피해가 없으니 사람들은 익숙해졌음. 해협은 배가 많이 다니는 길목이었고, 배들은 연기 나는 섬 옆을 그냥 지나다녔음.
우리가 보기에 이게 제일 무서운 대목임. 석 달은 도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 근데 석 달은 경고에 무뎌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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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3/10

8월 27일 아침, 네 번 터짐
8월 27일 새벽 5시 30분, 첫 번째 대폭발.
6시 44분에 두 번째.
10시 2분에 세 번째. 이게 제일 컸음. 사람이 측정한 것 중 가장 큰 소리로 기록된 폭발임.
10시 41분에 네 번째.
터진 원리는 압력솥과 비슷하다고 함. 섬이 가라앉으면서 화산 입구가 바다 밑으로 내려갔고, 뜨거운 마그마에 바닷물이 닿으면서 한꺼번에 터진 것.
폭발 에너지는 TNT 200메가톤으로 추정됨. 인류가 터뜨린 가장 큰 핵폭탄의 4배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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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4/10

64km 밖 선원들의 고막이 터짐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는 숫자보다 사례가 빠름.
화산에서 64km 떨어진 바다에 영국 배 노럼캐슬호가 있었음. 그 배 선원들의 고막이 터짐.
160km 떨어진 바타비아, 지금의 자카르타에서는 가스공장의 압력계 바늘이 튀어 올랐음. 그 기록으로 계산한 소리 크기가 170데시벨이 넘음. 제트기 엔진 바로 옆보다 큰 소리가 160km 밖에서 난 것.
바타비아에서는 공기의 충격만으로 창문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갔음.
이쯤 되면 소리라기보다 공기로 된 벽이 밀고 온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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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5/10

섬의 70%가 사라짐
폭발이 끝났을 때 크라카타우섬은 3분의 2 넘게 없어져 있었음. 70% 이상이 바다 밑으로 꺼진 것.
화산 밑에 차 있던 마그마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니까 위에 있던 섬이 빈자리로 무너져 내린 거임.
하늘로 올라간 화산재 기둥은 수십 km 높이였음. 재는 2,500km 밖까지 날아가 떨어짐.
해협 일대는 대낮인데 밤처럼 캄캄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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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6/10

진짜 피해는 물에서 나옴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건 폭발이 아니라 그 뒤에 온 파도였음.
섬이 무너지면서 바다가 밀려 나감. 높이 30m가 넘는 쓰나미가 자바와 수마트라 해안을 덮침. 아파트 10층 높이임.
안예르, 메락, 텔록베통 같은 해안 마을들이 통째로 쓸려 나감.
근처 바다에 있던 배의 한 승객은 이렇게 적었음. 방금 전까지 텔록베통 마을이 있던 자리에 이제 탁 트인 바다밖에 없었다고.
공식 사망자는 36,417명. 화산 바로 옆 세베시섬은 주민 3,000명 중 생존자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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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7/10

충격파는 지구를 세 바퀴 반 돌았음
폭발이 만든 공기의 충격파는 멈추지 않았음.
사방으로 퍼져 나가 지구 반대편에서 만났고, 그대로 지나쳐 다시 돌아옴. 그렇게 닷새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반 돌았음.
이걸 어떻게 아느냐면, 전 세계 기상 관측소의 기압계에 찍혔기 때문임. 런던에서도, 워싱턴에서도 바늘이 몇 시간 간격으로 툭, 툭 튀었음.
당시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몰랐음. 나중에 기록을 모아 놓고 보니 전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출발한 파동이었던 것.
지구 전체가 하나의 종처럼 울린 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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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8/10

뉴욕에서 소방차가 출동함
몇 달 뒤, 지구 반대편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짐.
해 질 무렵 하늘이 너무 붉었음. 미국 뉴욕과 그 근처 포킵시, 뉴헤이븐에서는 사람들이 큰불이 난 줄 알고 소방대를 불렀음.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불은 없었음.
불탄 건 하늘이었음.
성층권까지 올라간 화산 먼지가 지구 전체로 퍼지면서 햇빛을 걸러낸 것. 달이 파랗게, 때로는 초록색으로 보였다는 기록도 몇 년 동안 이어짐.
영어에 "블루문"이라는 말이 있음. 아주 드문 일을 뜻함. 그 시절에는 달이 진짜 파랬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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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9/10

지구 온도가 내려감
먼지는 햇빛도 막았음.
폭발 다음 해, 북반구의 여름 평균 기온이 0.4도 떨어짐. 숫자는 작아 보이는데 지구 전체 평균이 움직인 거임. 화산 하나가 행성의 날씨를 바꾼 것.
이 붉은 하늘이 유명한 그림에 남았다는 설도 있음.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절규' 배경에 깔린 핏빛 하늘이 그때 본 노을이라는 것. 2004년에 천문학자들이 내놓은 가설이고, 확정된 건 아님.
그리고 이 사건은 다른 의미로도 처음이었음. 당시 막 깔린 해저 전신망 덕분에 폭발 소식이 며칠 만에 전 세계 신문에 실림. 지구 반대편 재난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된 첫 사건으로 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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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7일 10/10

그 자리에서 새 화산이 자라는 중
크라카타우가 꺼진 바다에서는 수십 년 뒤 새 섬이 솟아오름.
이름은 아낙 크라카타우. 인도네시아어로 "크라카타우의 아이"라는 뜻임.
아이는 계속 자랐고 지금도 활동 중임. 2018년 12월에는 이 화산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또 쓰나미가 났고, 수백 명이 숨짐.
1883년의 일은 끝난 이야기가 아닌 것.
우리가 이 사건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뉴욕의 소방차였음. 인도네시아의 섬 하나가 터졌는데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불이 난 줄 알았음. 그 사람들은 끝까지 이유를 몰랐을 수도 있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한 덩어리임. 먼 데서 터진 일은 소리로든, 하늘빛으로든, 결국 내 머리 위까지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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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andyoh2093 · 10월 7일 #1

아낙 크라카타우 엊그제(10월 4일) 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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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_hwang__ · 10월 8일 #2

그럼 아낙수나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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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w_a.time_m.mori_milch · 10월 8일 #3

한국시간 9월 5일 01:30 분화했다고 하는 보도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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