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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야만, 역사상 가장 높은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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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1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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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산 하나가 바다로 무너진 밤, 역사상 가장 높은 쓰나미를 고깃배로 넘은 아빠와 7살 아들'
1958년 7월 9일, 미국 알래스카 남동쪽 끝에 있는 리투야만.
여름 알래스카는 해가 늦게 짐.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이 아직 밝았음.
이 만은 생김새가 특이함. 바다 쪽 입구는 좁은 모래톱 사이로 겨우 열려 있고, 안쪽으로 길게 들어가다 끝에서 T자로 갈라짐. 그 양 끝에는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고, 뒤로는 눈 덮인 산들이 병풍처럼 서 있음. 만 한가운데에는 숲이 덮인 작은 섬이 하나 떠 있음.
그날 밤 이 조용한 만 안에 고깃배 세 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음.
에드리호에는 하워드 울리크와 7살 아들 소니. 배저호에는 빌·비비안 스완슨 부부. 선모어호에는 오빌·미키 와그너 부부.
다들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다시 고기 잡으러 나갈 생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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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2/10

그날 이 근처에는 배 말고 사람들이 더 있었음. 근처 산을 오르던 산악인들.
이들은 그날 저녁, 해가 지기 전에 물 위에 내려앉는 비행정을 타고 이 일대를 떠났음.
몇 시간 차이였음.
이 만 밑에는 커다란 단층이 지나가고 있었음. 페어웨더 단층. 땅덩어리 두 개가 옆으로 서로 미끄러지는 경계선임.
그리고 그 단층이 그날 밤 움직이기로 되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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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3/10

밤 10시 16분, 규모 7.8의 지진이 터짐.
알래스카 남동부 전체가 흔들렸고, 멀리 미국 시애틀에서도 느껴졌을 정도였음.
에드리호에서 자려고 누워 있던 울리크 부자는 배가 요동치는 바람에 깸. 울리크가 갑판으로 뛰어나감.
만 안쪽 산들에서 눈사태가 쏟아지고 있었음. 산 전체가 흔들리면서 눈과 바위가 줄줄 미끄러져 내려오는 중이었음.
그리고 약 1분 뒤, 만 맨 안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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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4/10

만 맨 안쪽, T자로 갈라진 한쪽 끝을 길버트 만이라고 부름.
지진에 그 위 산비탈 한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감. 수백 m 높이에서 바위가 바다로 쏟아짐.
양이 약 3천만㎥. 무게로는 약 9천만 톤.
감이 안 오면 이렇게 보면 됨. 산 한 덩어리가 한 번에 좁은 바다에 다이빙한 거임. 욕조에 벽돌을 던지면 물이 넘치듯이, 그 좁은 만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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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5/10

밀려난 물은 맞은편 산비탈을 그대로 타고 올라감.
높이 524m.
서울 롯데월드타워가 555m임. 거의 그 높이까지 바닷물이 산을 기어 올라간 거임. 지금까지 기록된 쓰나미 중 가장 높은 기록임.
정확히 말하면 524m는 파도가 산비탈을 거슬러 오른 높이임. 바다 위 파도 자체의 높이는 그보다 낮았는데, 나중에 축소 모형으로 실험해 보니 꼭대기가 약 150m 정도였을 거라고 봄. 그것도 아파트 50층 높이임.
물이 지나간 자리는 깨끗하게 쓸려 나감. 수백 년 된 가문비나무 숲이 뿌리째 뽑히고 흙까지 벗겨져서 맨 바위가 드러남. 빙하 앞쪽 얼음도 최대 400m 깎여 나감.
그리고 그 물이 만을 따라 바다 쪽으로, 배들이 있는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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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6/10

울리크는 먼저 닻을 올리려 함. 근데 닻이 안 올라옴. 바닥에 박혀서 꿈쩍도 안 함.
그는 아들 소니에게 구명조끼를 입힘. 그리고 기도하라고 함.
엔진을 켜고, 닻을 못 올릴 바에야 남은 닻줄을 끝까지 다 풀어버림. 배 길이 약 11m짜리 고깃배로 그 파도를 타고 넘어보겠다는 거였음.
그러면서 무전기를 잡고 이렇게 말함.
"맙소사, 여기 안이 세상의 끝 같아 보인다."
도망치는 대신 그는 뱃머리를 파도 쪽으로 돌림. 정면으로 맞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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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7/10

파도가 덮쳤음.
에드리호는 물의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감. 그 순간 바닥에 박혀 있던 닻줄이 버티지 못하고 뚝 끊어짐. 끊어진 쇠사슬이 채찍처럼 휘면서 조타실을 휘감음.
배는 계속 올라가서 파도 꼭대기를 넘었음.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뒤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옴.
뒤집히지 않았음. 엔진도 꺼지지 않았음.
그 직후 울리크는 무전으로 구조 신호를 보냄.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리투야만의 에드리호다."
파도 정면으로 뱃머리를 들이댄 선택이 배를 살린 거임. 옆구리로 맞았으면 그대로 뒤집혔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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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8/10

입구 쪽에 있던 스완슨 부부는 다른 걸 봄.
남편 빌은 첫 흔들림에 깨서 밖을 봤는데, 만 안쪽 빙하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보였다가 다시 사라지는 걸 봤음. 그리고 약 4분 뒤 물의 벽이 그들 배에 닿음.
배저호는 파도에 들려서 입구의 모래톱 위로 날아감. 모래톱에 서 있던 가문비나무 숲 꼭대기 위로. 빌은 나중에 "누가 깡통에 넣고 흔드는 것 같았다"고 말함.
배는 모래톱 너머 바다에 처박혔고, 선체가 바닥에 부딪혀 깨지면서 가라앉음.
부부는 작은 보트로 옮겨 탐. 가진 건 입고 있던 옷이랑 노 대신 쓸 의자 하나가 전부였음.
와그너 부부의 선모어호는 반대로 움직였음. 파도가 오는 걸 보고 닻을 끌어올리면서 전속력으로 입구 쪽으로 달아남. 배 뒤쪽이 파도를 향한 상태였음. 선모어호는 사라졌고, 부부는 끝내 찾지 못했음. 남은 건 물 위의 기름띠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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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9/10

파도는 넘었는데 끝난 게 아니었음.
만 안은 쓸려 내려온 나무 둥치와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덩어리로 꽉 찼음. 물은 이리저리 출렁이며 계속 흔들렸음.
울리크는 그 사이를 헤집으며 배를 몰았음. 밤 11시쯤, 좁고 얕은 입구를 빠져나와 바깥 바다로 나감.
그의 메이데이를 듣고 달려온 배가 자정이 조금 지나 스완슨 부부를 건져 올림.
배 세 척 중 두 척의 사람들이 살아남았음. 그중 한 척은 7살짜리 아이를 태운 채 인류 기록상 가장 높은 파도를 정면으로 넘은 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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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9일 10/10

사고 뒤 미국 지질조사국의 지질학자 돈 밀러가 이 만을 조사함.
산비탈을 보면 선이 하나 뚜렷하게 그어져 있었음. 그 아래로는 나무가 싹 사라진 맨땅, 그 위로는 오래된 숲. 물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산이 그대로 기록하고 있던 거임.
근데 밀러는 이 만에서 그런 선을 이번에 처음 본 게 아니었음.
그는 이미 1954년, 그러니까 사고 4년 전에 리투야만에서 거대한 파도가 되풀이돼 왔다는 논문을 냈었음. 산비탈 숲의 나이가 구간마다 다르다는 게 증거였음.
지금은 1854년 약 120m, 1899년 약 60m, 1936년 약 150m 파도가 있었던 걸로 정리돼 있음. 100년 남짓 사이에 1958년까지 네 번.
이 만은 한 번도 조용한 적이 없었음. 그냥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임.
재난은 늘 처음 오는 척하지만, 대개 그 전에 기록이 먼저 있음. 그걸 읽는 사람이 적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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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solbaegampeng · 10월 10일 #1

흥미로운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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