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eads archive

오크 아일랜드, 200년 판 보물 구덩이

원문

@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2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원문
@omyohan_cuts
정리
10개 글 · 댓글 2개
정렬
원래순
omyohan_cuts · 10월 8일

"200년 넘게 팠는데 나온 건 동전 한 닢, 그 사이 6명이 죽은 보물 구덩이"
1795년 여름, 숲속에 움푹 꺼진 땅이 있었음
캐나다 동쪽 끝 노바스코샤 앞바다에 작은 섬이 하나 있음. 이름은 오크 아일랜드.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럼. 1795년 여름, 대니얼 맥기니스라는 청년이 이 섬에서 이상한 걸 발견함. 숲속 땅 한 군데가 둥글게 움푹 꺼져 있었음.
누가 파고 다시 덮은 자리 같았음.
맥기니스는 친구 둘을 데려와서 파기 시작함. 2피트쯤 파니까 납작한 돌들이 깔려 있었음. 계속 파 내려갔고, 30피트(약 9m)쯤에서 그만뒀다고 함.
여기서 짚고 갈 게 있음. 이 이야기를 1795년에 적어둔 기록은 없음. 처음 신문에 실린 게 1857년이고, 자세한 증언이 나온 건 1862년임. 60년 넘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라는 것.
그래도 이 구덩이는 지금까지 '머니 핏', 돈 구덩이라고 불림.

omyohan_cuts 이미지 1
좋아요 24 댓글 12 리포스트 1 공유 0
omyohan_cuts · 10월 8일 2/10

10피트마다 통나무 판이 나왔다고 함
몇 년 뒤인 1802년쯤, 회사가 하나 차려짐. 제대로 파보자는 것.
이 회사의 기록에 따르면 구덩이에서 이상한 게 계속 나왔음. 대략 10피트마다 통나무 판이 깔려 있었고, 숯, 접착제 같은 퍼티, 그리고 코코넛 섬유가 나왔다고 함.
코코넛 섬유. 캐나다 북쪽 바다의 섬에서. 코코넛은 이 근처에서 안 자람.
누군가 멀리서 가져와서 일부러 묻었다는 뜻으로 읽혔음. 사람들은 확신하기 시작함. 여기엔 뭔가 대단한 게 있다고.
다만 이 회사의 원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음. 통나무 판이 10피트마다 나왔다는 것도 나중에 쓰인 글에서 나온 얘기임. 초기 기록에는 그냥 "흔적들"이라고만 돼 있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3/10

90피트 아래에서 글씨가 새겨진 돌이 나옴
그리고 약 90피트(27m) 깊이에서 결정적인 게 나왔다고 함. 이상한 기호가 새겨진 돌판.
이 돌은 그 뒤에 묘한 길을 감. 한 집의 굴뚝 벽에 박혀 있다가, 도시로 옮겨졌다가, 결국 사라짐. 지금은 아무도 실물을 못 봄.
그런데 해독문은 남아 있음. 그것도 여러 개.
"10피트 아래에 200만 파운드가 묻혀 있다."
"40피트 아래에 200만 파운드가 있다."
해독한 사람마다 숫자가 다름. 1970년대에는 전염병에 관한 글이라는 해석까지 나옴. 1911년에 그 돌을 직접 봤다는 사람은 기호가 안 보였다고 했음.
돌은 없는데 해독문은 여러 개인 것. 우리가 보기에 이 섬의 이야기는 전부 이런 식임. 확인된 건 적고, 해석은 계속 불어남.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4/10

파면 물이 차오름. 매번
그 회사는 90피트까지 팠는데, 다음 날 와 보니 구덩이에 물이 60피트나 차 있었음.
퍼내도 다시 참. 옆에 구덩이를 새로 파서 우회해 보려 했는데 그것도 물에 잠김. 결국 포기함.
1849년에 다른 회사가 다시 왔음. 또 물이 참. 1861년에 또 다른 회사가 왔음. 또 물이 참.
이러면서 이야기가 하나 더 붙음. 보물을 묻은 사람이 일부러 바닷물이 들어오게 홍수 터널을 파놨다는 것. 파는 사람을 막으려는 함정이라는 거임.
그럴듯했음. 그래서 사람들은 더 열심히 팠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5/10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옴
1861년, 물을 퍼내던 증기 펌프의 보일러가 터짐. 한 명이 죽음. 이 섬의 첫 사망자임.
1897년에는 한 일꾼이 구덩이로 떨어져 죽음.
그사이 회사들은 차려졌다가 망하기를 반복함. 돈이 떨어지면 끝나고, 몇 년 지나면 새 사람들이 새 돈을 들고 옴.
구덩이는 하나가 아니게 됨. 원래 구덩이 옆에 새 구덩이, 그 옆에 또 새 구덩이.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머니 핏'이 정확히 어디였는지조차 헷갈리게 됨. 지금은 그 위치를 정확히 모름.
파는 사람들이 찾던 걸 파는 사람들이 지워버린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6/10

대통령도 돈을 댐
이 구덩이에 빠져든 사람 중엔 유명인도 많았음.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09년에 이 섬의 발굴 사업에 관여했고, 죽을 때까지 소식을 챙겨 봤다고 함.
영화배우 존 웨인과 에롤 플린, 부호 빈센트 애스터, 남극 탐험가 리처드 버드도 투자자 명단에 있었음.
1931년에는 163피트까지 파 내려가서 도끼, 닻, 곡괭이가 나왔음. 그런데 이게 언제 누가 떨어뜨린 건지는 모름. 이 섬은 이미 100년 넘게 파헤쳐진 상태였으니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7/10

1965년, 하루에 네 명이 죽음
1965년 8월 17일, 이 섬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 옴.
로버트 레스톨이라는 사람이 가족과 함께 섬에 살면서 수년째 파고 있었음. 그날 그가 구덩이 안에서 쓰러짐. 바닥에 차 있던 유독가스 때문이었음.
열여덟 살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러 내려감. 아들도 쓰러짐.
일꾼 두 명이 또 내려감. 둘 다 쓰러짐.
그날 네 명이 죽었음. 다섯 번째로 내려간 사람은 위에 있던 사람이 끌어올려서 살았음.
이 섬에는 오래된 전설이 하나 있음. 보물이 나오기 전에 일곱 명이 죽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기록된 사망자는 여섯 명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8/10

카메라에 상자가 찍혔다는 주장
1971년, 한 탐사팀이 시추공 하나를 235피트(72m)까지 뚫음. 이름은 '10-X'.
거기에 수중 카메라를 내려보냈는데, 탐사팀은 화면에 상자 같은 것과 사람의 손 같은 게 보였다고 주장함.
하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음. 1995년 해양연구소가 그 영상을 다시 분석했는데 결정적인 건 없었다고 봄. 2016년에 잠수부가 직접 내려갔을 때도 아무것도 안 나옴.
2014년부터는 이 섬의 발굴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방영 중임. 시즌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
200년 넘게 보물은 안 나왔는데, 구덩이를 파는 일 자체가 돈이 되기 시작한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9/10

과학자들의 답은 재미가 없음
과학자들은 다르게 봄.
이 섬 땅 밑에는 석고 계열 암석이 있고, 그 사이에 물이 찬 빈 공간들이 있음. 이런 땅은 저절로 꺼져서 움푹한 구덩이가 생기기도 함.
처음 발견된 움푹한 자리가 그런 자연적인 함몰이었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 쓰러진 나무와 흙이 층층이 쌓이면 "10피트마다 통나무"처럼 보일 수도 있음.
물이 차오르는 것도 함정 터널이 아니라 이 빈 공간과 바닷물 높이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음. 1995년 염료 실험에서는 홍수가 민물층과 조수의 영향이라고 봤음.
코코넛 섬유는 실제로 확인됐음. 근데 이게 보물과 관련 있는지, 옛날 배에서 짐 포장재로 흔히 쓰던 게 섞여 들어간 건지는 모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8일 10/10

200년 동안 나온 건 동전 한 닢
그래서 200년 넘게 뭐가 나왔나.
나무 조각, 코코넛 섬유, 진흙, 금속 조각. 도끼와 닻과 곡괭이. 1896년에 나왔다는 양피지 조각. 그리고 1781년에 만든 스페인 은화 한 닢.
해적 키드 선장의 보물이라는 설, 성전기사단의 성배라는 설, 셰익스피어의 원고라는 설, 마리 앙투아네트의 보석이라는 설. 설은 수십 개인데 증거는 하나도 없음.
우리가 이 섬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이거임.
이 구덩이에서 가장 확실하게 나온 건 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믿음이었음. 한 번 "여기 뭔가 있다"고 믿으면, 물이 차오르는 것도 함정의 증거가 되고,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것도 더 깊이 묻혀 있다는 증거가 됨.
틀렸다는 증거까지 맞다는 증거로 읽기 시작하면, 그 구덩이는 끝이 없음.

omyohan_cuts 이미지 1

댓글 2개

igiyeong.i · 10월 8일 #1

내주식도 계속 파내려가는데 물려서 못나옴 ㅜㅜ

좋아요 15 원래순 1/2
omyohan_cuts · 10월 8일 #2

너무나도 예상 못한 댓글인데 왜 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ㅋㅋ

좋아요 2 원래순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