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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턴 해변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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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1948년 12월 1일 아침 6시 30분쯤, 호주 애들레이드 근처 소머턴 해변.
산책하던 사람들이 방파제에 기대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함. 다리를 쭉 뻗고, 두 발은 꼬고 있었음. 오른쪽 코트 깃에는 피다 만 담배 한 개비가 걸려 있었음.
자는 것처럼 보였는데, 죽어 있었음.
나이는 40~45살쯤, 키 180cm쯤. 잘 차려입은 남자였음.
여기까지는 그냥 안타까운 변사 사건임. 근데 경찰이 이 남자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하자마자 이상한 게 하나씩 나오기 시작함. 그리고 그 답이 나오기까지 74년이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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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2/11

나중에 보니 전날 밤에도 이 남자를 본 사람들이 있었음.
11월 30일 저녁 7시쯤, 해변을 걷던 한 커플이 같은 자리에 누운 남자를 봤음. 남자는 오른팔을 쭉 뻗어 올렸다가 힘없이 툭 떨어뜨림.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지나간 다른 커플은 30분 동안 남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걸 봤음. 모기가 달려드는데도 꿈쩍도 안 했다고 함.
다들 술 취해서 자는 사람인 줄 알았음.
그 팔 동작이 이 남자가 남긴 마지막 움직임이었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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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3/11

경찰이 남자의 소지품을 뒤짐.
흰 셔츠, 빨강·하양·파랑 넥타이, 갈색 바지, 갈색 니트 스웨터, 회색·갈색 더블 재킷. 근데 옷에 붙어 있어야 할 라벨이 하나도 없었음. 전부 뜯겨 있었음.
지갑도 없었음. 모자도 없었음. 신분증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음.
주머니에서 나온 건 이게 전부임. 안 쓴 기차표, 버스표, 미국산 알루미늄 빗, 반쯤 남은 껌 한 통, 성냥 한 갑, 그리고 담뱃갑. 그 담뱃갑은 '아미클럽'이라는 상표였는데, 안에는 '켄시타스'라는 다른 상표 담배가 일곱 개비 들어 있었음.
누군가 일부러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르게 만든 것 같았음. 아니면 본인이 그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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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4/11

부검 결과도 이상했음.
몸은 아주 건강한 상태였음. 종아리 근육이 유난히 발달해 있었고, 발가락은 쐐기 모양이었음. 오래 걷거나 뛰거나 발끝으로 서는 일을 한 사람 같았음.
근데 비장이 정상보다 3배쯤 커져 있었고, 위와 간, 뇌에 피가 몰려 있었음. 마지막으로 먹은 건 죽기 3~4시간 전쯤 먹은 고기 파이였음.
부검의는 자연사가 아니라고 봤음. 수면제 같은 독을 의심함. 근데 아무리 검사해도 몸에서 독이 안 나왔음.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었음. 하루 종일 해변을 돌아다닌 사람치고 구두가 너무 깨끗했음. 막 광을 낸 것처럼. 그래서 다른 데서 죽은 뒤 옮겨진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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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5/11

1949년 1월 14일, 애들레이드 기차역 물품 보관소에서 주인 없는 갈색 가방이 하나 발견됨. 남자가 죽기 전날인 11월 30일 오전 11시 이후에 맡겨진 가방이었음.
가방 속에서 주황색 실이 나왔는데, 남자 바지 주머니 안감을 꿰맨 실이랑 같은 종류였음. 그 남자 가방이 맞았음.
안에는 빨간 체크 가운, 빨간 슬리퍼, 잠옷, 면도 도구가 있었음. 그리고 좀 이상한 물건들. 끝을 뾰족하게 간 가위, 짧게 잘라낸 칼, 드라이버, 그리고 배에서 짐에 글씨를 찍을 때 쓰는 스텐실 붓.
여기서도 라벨은 대부분 뜯겨 있었음. 딱 세 군데만 남아 있었음. 넥타이에 'T. Keane', 세탁 가방에 'Keane', 속옷에 'Kean'.
경찰은 이 이름을 쫓았음. 근데 실종된 킨이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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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6/11

1949년 6월, 검시 재판 무렵에 사람들이 놓쳤던 게 하나 발견됨.
남자 바지 안쪽에 회중시계를 넣는 작은 주머니가 숨어 있었음. 그 안에 아주 작게 돌돌 말린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음.
펴 보니 인쇄된 글자 두 단어. "Tamám Shud(타맘 슈드)."
페르시아어로 "끝났다", "다 마쳤다"는 뜻임.
출처도 금방 나옴. 11세기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찍힌 말이었음. 누군가 그 책 마지막 장에서 이 두 단어만 찢어낸 거임.
이 쪽지 때문에 이 사건은 지금도 '타만 슈드 사건'이라고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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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7/11

경찰은 그 책을 찾는다고 신문에 알림.
1949년 7월, 한 남자가 책 한 권을 들고 찾아옴. 해변 근처 마을 글레넬그에서 지붕 없는 차 안에 던져져 있던 걸 발견했다고 함. 1941년 뉴질랜드판 '루바이야트'였고, 마지막 장이 찢겨 있었음. 쪽지 종이랑 찢긴 자리가 맞았음.
책 뒤표지 안쪽에는 연필로 눌러 쓴 희미한 자국이 남아 있었음. 대문자 알파벳 다섯 줄. 그중 둘째 줄은 줄이 그어져 지워져 있었음.
암호처럼 보였음. 1978년에는 호주 국방부 암호 전문가까지 들여다봤는데, 글자 수가 너무 적어서 풀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옴.
그 글자들은 지금도 해독이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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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8/11

책에는 전화번호도 하나 적혀 있었음.
번호 주인은 간호사 제시카 톰슨. 남자가 발견된 해변에서 겨우 4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음.
경찰은 그녀에게 남자의 얼굴을 본떠 만든 석고상을 보여줌.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그걸 보는 순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함.
근데 그녀는 이 사람을 모른다고 말함.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그녀의 딸은 이렇게 말함. 어머니는 그 남자를 알고 있었다고.
그녀가 왜 모른다고 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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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9/11

1949년, 남자는 이름 없이 애들레이드의 웨스트테라스 묘지에 묻힘. 장례는 구세군이 치렀고, 비용은 경마 도박사 협회가 냈음.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온갖 추측이 쏟아짐. 냉전 시대 스파이였다, 버림받은 연인이었다, 독살당한 거다.
전 세계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이 사건을 파고들었는데, 아무도 이 남자의 이름조차 알아내지 못했음.
그러다 2021년 5월 19일, 남자의 시신이 다시 땅 위로 올라옴. 신원을 밝히려고 무덤을 연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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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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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yohan_cuts · 10월 10일 11/11

결정적인 단서는 머리카락이었음.
애들레이드 대학 데릭 애벗 교수는 2011년 경찰 박물관에서 이 남자의 머리카락을 받아 연구 중이었음. DNA를 뽑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돌렸더니 아버지 쪽 먼 친척 한 명이 걸림. 거기서 계보학자 콜린 피츠패트릭과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감.
2022년 7월 26일 발표. 이 남자는 칼 '찰스' 웹. 1905년 멜버른 태생 전기 기술자였음. 6남매 중 유일하게 사망 기록이 없었고, 아내와는 별거 중이었음. 애벗 교수는 99.9% 확신한다고 함.
그러고 보니 가방 속 뾰족하게 간 가위와 짧게 자른 칼도 공구로 보임.
다만 왜, 어떻게 죽었는지는 지금도 모름. 연구팀은 스스로 독을 먹었을 가능성을 말하지만, 확인된 건 아님. 경찰도 아직 이 결과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음.
이름을 지우는 건 라벨 몇 개면 충분했는데, 되찾는 데는 74년이 걸렸음. 그리고 끝내 찾아낸 건 몸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 한 올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