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eads archive

보이니치 필사본, 600년째 아무도 못 읽은 책

원문

@omyohan_cuts가 10개 글로 이어 쓴 이야기를 한 페이지로 모았습니다. 본문 아래에는 댓글 6개를 원래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원문
@omyohan_cuts
정리
10개 글 · 댓글 6개
정렬
원래순
omyohan_cuts · 10월 9일

'보이니치 필사본, 암호 해독반도 인공지능도 600년째 한 줄도 못 읽은 책'
1912년, 수도원 책 더미 속 이상한 책 한 권
1912년, 폴란드 출신 고서 수집가 윌프리드 보이니치가 이탈리아 예수회로부터 오래된 책 30권쯤을 사들임. 그 안에 이상한 책이 하나 섞여 있었음.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 크기에 두께는 5cm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손으로 쓰고 그린 책이었음.
펼치자마자 이상했음.
글씨가 빼곡한데 읽을 수가 없었음. 라틴어도, 그리스어도, 히브리어도, 아랍어도 아니었음. 이 세상 어떤 언어의 글자와도 안 맞았음.
그리고 그림이 가득했음. 식물 그림, 별 그림,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 있는 여자들 그림.
그 뒤로 이 책은 수집가의 이름을 따서 '보이니치 필사본'이라고 불림. 지금까지 단 한 줄도 해독되지 않았음.

omyohan_cuts 이미지 1
좋아요 74 댓글 17 리포스트 6 공유 0
omyohan_cuts · 10월 9일 2/10

글자는 20여 개, 단어는 수만 개
이 책에 쓰인 글자는 약 20~25종임. 대부분 펜으로 한두 번 그어서 쓰는 단순한 모양임.
그걸로 만든 단어가 약 3만 8천 개, 글자 수로는 약 17만 자. 짧은 단어부터 긴 단어까지 섞여 있고, 단어 사이엔 띄어쓰기도 있음.
신기한 건 쓴 방식이었음. 글씨가 망설임 없이 술술 이어짐. 고친 자국도 거의 없음. 처음 보는 암호를 한 글자씩 옮겨 적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평소 쓰던 글을 쓰는 사람의 손 같다는 것.
같은 단어가 한 줄에 서너 번, 많게는 다섯 번 연달아 나오기도 함. 실제 언어에서는 잘 안 일어나는 일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3/10

세상에 없는 식물들
책의 절반 넘게는 식물 그림임. 약 126쪽.
뿌리, 줄기, 잎, 꽃까지 꼼꼼하게 그려져 있음. 옛날 약초 책처럼 생겼음.
근데 식물학자들이 보면 이상함. 대부분 실제로 존재하는 식물과 안 맞음. 이 식물의 뿌리에 저 식물의 잎이 붙어 있는 식이라는 것. 확실하게 맞다고 꼽히는 건 야생 팬지나 공작고사리 정도 몇 개뿐임.
약초 책처럼 생겼는데, 그 약초가 이 세상에 없는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4/10

식물 다음엔 더 이상한 장면이 나옴.
작은 여자들 수십 명이 둥근 웅덩이 같은 데 몸을 담그고 있음. 웅덩이들은 관 같은 걸로 서로 이어져 있음. 일부는 왕관을 쓰고 있음. 학자들은 이 부분을 '목욕' 편이라고 부름.
별자리 그림도 있음. 열두 별자리 그림 하나하나에 여자 30명씩이 둥글게 둘러서 있음. 별을 하나씩 들고.
접혀 있는 큰 종이를 펼치면 여섯 쪽 크기가 되는 그림도 있음. 섬 아홉 개가 둑길로 이어진 지도 같은 그림임.
마지막은 짧은 문단들 옆에 별표가 하나씩 붙은 부분임. 요리법이나 처방전 목록처럼 보임.
전부 무슨 뜻인지 아무도 모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5/10

이 책은 어디서 왔을까.
1665년쯤, 체코 프라하의 대학 총장이 로마의 유명한 학자에게 이 책을 보내면서 편지를 같이 넣었음. 그 편지가 지금도 책과 함께 남아 있음.
편지에는 이런 얘기가 있었음.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가 이 책을 금화 600닢을 주고 샀다는 것.
루돌프 2세는 연금술과 신비한 물건을 모으기로 유명했던 황제임. 그럴듯한 이야기였음.
근데 확인은 안 됨. 황제의 장부에 600플로린짜리 거래가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이 책인지는 모름.
책 첫 장에는 또 다른 흔적이 있음. 자외선을 비추면 보이는 희미한 이름 하나. 황제 밑에서 일했던 약제사의 이름임. 이 책이 한때 프라하 궁정 근처에 있었다는 몇 안 되는 실마리임.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6/10

오랫동안 사람들은 이 책이 위조품일 거라고 의심했음. 보이니치 본인이 만든 가짜라는 설도 있었음.
2009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이 양피지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 돌렸음. 결과는 1404년에서 1438년 사이.
양피지는 15세기 초에 만들어진 거였음. 잉크도 그 시대에 흔히 쓰던 쇠와 오배자로 만든 잉크였음.
물론 오래된 빈 양피지에 나중에 글을 썼을 가능성도 이론상 있음. 근데 지운 흔적이나 그 밑에 다른 글씨는 안 나왔음.
적어도 "20세기 사기꾼이 만든 가짜"라는 설은 크게 힘을 잃음.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7/10

이 책을 풀려고 덤빈 사람들 이름이 화려함.
1차대전과 2차대전 때 적국의 암호를 깬 미국과 영국의 최고 암호 해독가들. 일본군 암호를 깬 팀을 이끈 윌리엄 프리드먼도 그중 하나였음. 프리드먼은 1950년대에 팀을 꾸려 이 책을 붙잡았음.
결과는 실패. 프리드먼은 이게 누군가 만든 인공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남김.
전쟁을 이긴 사람들이 15세기 책 한 권은 못 이긴 것.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8/10

해독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100년 동안 끊이지 않았음.
1921년에는 글자 속에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아주 작은 속기 기호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 나옴. 나중에 보니 잉크가 마르면서 생긴 금이었음.
그 뒤로도 라틴어 약어다, 우크라이나어다, 히브리어다, 고대 튀르크어다, 아즈텍 식물 책이다, 라틴어의 조상 언어다. 주장이 나올 때마다 뉴스가 됐음.
2017년에는 인공지능을 써서 히브리어라는 결과를 냈다는 연구도 나옴. 중세 문헌 전문가들은 납득하지 않았음.
다 똑같은 결말이었음. 몇 단어를 맞춘 것 같아도, 그 방법으로 다른 쪽을 읽으면 말이 안 됨.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9/10

그래서 아예 다른 질문이 나왔음. 이 글에 뜻이 있긴 한가?
2003년 한 연구자는 구멍 뚫린 카드를 표 위에 대고 앞·가운데·뒷부분을 골라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이 책과 비슷한 가짜 글을 만들어 보였음. 15세기에도 쓸 수 있었던 방법임.
2022년 예일대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아무 뜻 없는 글을 지어 쓰게 해봤음. 그랬더니 통계가 이 책과 꽤 비슷하게 나왔음.
반대로 이 책의 단어들이 실제 언어처럼 주제별로 몰려 있다는 연구도 있음. 의미 있는 글이라는 쪽임.
뜻이 있는 글인지 없는 글인지조차, 600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확신 못 함.

omyohan_cuts 이미지 1
omyohan_cuts · 10월 9일 10/10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음. 그래도 못 읽음
이 책은 1969년부터 미국 예일대 바이네키 희귀본 도서관에 있음. 분류 번호는 MS 408.
2020년에 예일대가 책 전체를 인터넷에 올렸음. 지금은 전 세계 누구나 집에서 모든 쪽을 볼 수 있음.
암호 해독가, 언어학자, 컴퓨터, 인공지능, 그리고 수많은 일반인이 지금도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음. 그런데도 단 한 줄을 못 읽음.
우리가 이 책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이거임.
이 책은 숨겨진 적이 없음. 누구나 볼 수 있게 활짝 펼쳐져 있음. 문제는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읽는 법을 아는 사람이 600년 전에 사라졌다는 것.
모든 걸 볼 수 있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건 아님. 열쇠가 없으면 펼쳐진 책도 잠긴 문과 같음.

omyohan_cuts 이미지 1

댓글 6개

eunji.lee.75248 · 10월 9일 #1

중세판타지소설인가 언어부터 세계관까지 만들어낸..

좋아요 4 원래순 1/6
aocnf5djr · 10월 9일 #2

해병문학같은거겟지

좋아요 2 원래순 2/6
mmj_9009 · 10월 9일 #3

mmj_9009 이미지 1
좋아요 2 원래순 3/6
mmj_9009 · 10월 9일 #4

이거 아닐까?

좋아요 0 원래순 4/6
h2_collector · 10월 10일 #5

페이블로 아스트라로 해독해 달라구요

좋아요 1 원래순 5/6
cwedcosmos · 10월 12일 #6

Ai이미지래

좋아요 0 원래순 6/6